캄보디아 전역을 킬링필드로 만들었던 비극의 역사를 냉철한 시각과 철저한 고증으로 해부해낸 책이다. 폴 포트를 중심으로 했던 크메르루주 정권이 집권한 3년 동안 캄보디아 인구 5명당 1명(1백만 명 이상)이 킬링필드에서 사라지고 기아로 사망했다. 저자는 다시 한 번 킬링필드의 책임을 묻는다.

저자는 타인을 배려하던 젊은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끔찍한 정권의 지도자로 변해가는지 추적해나간다. 그리고 어떻게 캄보디아를 도탄에 빠뜨리는 최고기획자가 되었는지 냉정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일의 기획자는 폴 포트만이 아님을 분명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폴 포트를 캄보디아 현대사와 아시아 전체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조명함으로써 다각도로 해부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가 수집하고 동원한 자료에 있다. 전 크메르루주 지도부와의 심층인터뷰, 중국, 프랑스, 러시아, 베트남 등의 기밀문서, 다양하고 생생한 자료를 통한 접근은 아시아의 역사를 꿰뚫는다. 폴 포트를 위시한 주변 핵심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50여 컷의 사진 역시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