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는 100호를 맞아 창간 이후의 사반세기를 조망하는 내부적 반성과 연계하여 90년대 이후의 문학과 비평의 존재 양태에 대해 비판적인 탐문을 기도하며 외부 필진들에게 고언을 구해 그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또한 연속되는 101호에서는 2000년대 이후의 한국 문학의 현황과 근미래에 조금은 더 논쟁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특집과 젊은 비평가들의 좌담을 기획했다. 우리가 이러한 기획을 마련한 것은 무엇보다 『문학과사회』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담론들을 예민하게 경청하고, 그것을 다시 『문학과사회』 만의 담론적 장으로 활성화시키면서 현재 한국 문학이 처한 난국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이어나가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부하는 것은 100호와 101호에서는 문제적인 작가들을 다수 초대하여 그들의 최신작을 선보인 점이다.

다양한 형태의 비판이 담긴 대화의 장
그리고 다시, 102호를 내놓는 지금은 출발점에 선 마음과 같다. 『문학과사회』는 어떠한 문제가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서 회피할 생각이 없으며, 설령 그것이 현 비평의 어떤 존재 방식을 급진적으로 전환시키는 해체의 몸살을 겪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기꺼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진정한 문학주의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감히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포함한 세계의 전부에 대해 긴장을 놓지 않는 비판 정신에 의해 계승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널려 있는 모든 것에서 문학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지만 모든 것이 그 자체로 문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을 판가름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부지런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문학 현장을 돌아볼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작업이 대중을 경멸하거나 그들과는 다른 공간에서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을 만들어낼 것이라 예단하고 미리 낙담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문학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국지적인 장르와 한국 문학에 갇혀 있는 협소한 문학주의에 머물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과거에 인색하지 않으며, 미래를 괄시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을 『문학과사회』가 홀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좀더 문제를 예각화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문학과사회』 바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러니, 『문학과사회』는 그 어떤 비판적인 의견도 환영하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손쉬운 동의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판적 견지를 담고 있는 대화적 가능성이라는 믿음을 우리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힐링 열풍에 던지는 냉정한 비판
이번 호 〈특집〉 주제는 바로 그러한 모색의 연장선상에서, 최근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힐링, 멘토라는 이름의 우상 숭배가 오늘날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정신적 공황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한다. 그러나 힐링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은 결국 행복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고, 우리는 행복을 갈망하지 않는 인간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예술적 고통마저도 손쉽게 권력의 관리 명부에 등록시킬 수 있는 오늘날의 산업적 블랙홀에 맞서, 예술은 그리고 인문학적 지성은 어떻게 고유한 삶의 방식을 도모하며 저 도저한 세상의 욕망과 지난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한편, 행복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심보선은 「힐링이라는 이름의 권력」에서 푸코가 개념화 했던 ‘사목 권력’이 더욱 교활하게 활동하는 스펙터클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통치성의 장 안으로 편입하게 만듦으로써 ‘인구’라는 관리 대상이 되도록 유혹하는 권력의 선전술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심보선은 그 권력적 장치들에 대항할 수 있는 자발적 연합으로서의 공동체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고 진지하게 역설한다. 조효원의 글 「힐링의 무상한 승리에 대하여」는 급진적이고 과감한 해석이 돋보인다. 힐링 산업을 자본주의의 욕구와 종교적인 욕망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보았던 심보선의 글과 달리, 조효원은 힐링이 “기독교를 신봉하는 대중이 저지르는 자기기만의 저급한 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과감하게 제출한다. 정한아의 「무덤 속에서 자라는 머리카락」은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남긴 후유증, 다시 말해 많은 이들이 느꼈을 그 영문을 알 수 없는 열패감과 정치적 허무주의가 우리에게 의미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하며 이때의 경험을 진지하게 응시하다 보면 힐링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어쩌면 치유와 위안의 가능성을 완전하게 폐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환기될 수 있지 않을까 되짚는다. 정한아는 이러한 모순적이고 한편으로는 이중적인 욕망이 인간을 비로소 인간이게 만드는 근원적인 이중성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허윤진의 「보드카의 밤」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정한아의 생각과 이어지는 면이 많은 글이다. 그는 ‘백색 환영’과 같은 자본주의의 강제적인 치료 행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문학은 거기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한다. 러시아의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와 소설가 안톤 체호프를 읽는 이 글은 고통과 회복을 사유하는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이자, 러시아 문학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유, 정밀한 해석 그리고 새로운 작품과의 만남
〈비평 논문〉을 위해 비평가 오생근은 100호에 게재하였던 「푸코와 마르크스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푸코와 바타유」라는 글을 선보인다. 푸코의 철학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참조항들로 풍성할 뿐만 아니라, 문학을 비롯하여 예술 전반에 대한 흥미로운 사유들이 담겨 있다. 김나영의 글 「일기가 되지 못한 노래」는 최근 『래여애반다라』를 상자한 이성복 시인의 시적 세계 전반에 대한 정밀하고 꼼꼼한 해석이 돋보인다. 우리는 이 글에서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다시 일상적인 것으로 귀환하는 이성복의 최근의 시적 여정을 일별해볼 수 있으며, 일상이라는 그 완벽한 기이함에 첨예하게 맞서는 어떤 몰입의 시간이 이성복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가〉의 주인공은 최근 두번째 시집 『팅커벨 꽃집』을 상자한 최하연 시인이다. 시인의 산문 「없는 것들」에서는 시인의 시계(視界)에 포착된 사물과 풍경의 모습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서는 그의 시적 사유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비평가 조연정이 「눈과 마음」이라는 글로, 언어적 덧칠을 통해 세계를 지우려 했던 최하연의 시적 심경을 곡진하게 들여다보았다.
〈징후들〉에서는 이색적인 소설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오한기, 이상우 소설가를 만나보았다. 독자들은 이들을 통해 한국 소설의 가장 첨예한 미래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창작란〉에는 천양희, 최정례, 이윤학, 이현승, 신용목, 박진성, 송승환, 박준, 김지녀, 장수진, 시인과 이응준, 권여선, 윤민우 소설가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소설가 김중혁 씨의 연재가 이번 호에 이르러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곧 나올 단행본을 기대하며 달래본다.
〈문학 공간〉과 〈서평 공간〉은 황동규, 장승리, 김성대, 황혜경의 시집에 대해서는 강동호, 박상수, 장철환, 오연경 평론가가 그리고 강석경, 정찬, 권여선, 이기호, 이영훈의 소설에 대해서는 강지희, 유준, 백지연, 김형중, 신샛별 평론가가 꼼꼼하게 비평적 조명을 해주었다. 아울러 김병익의 문학 세계와 크라카우어의 철학 세계, 그리고 푸코의 초기 사유에 접근할 수 있는 친절하고 상세한 길이 우찬제, 하선규, 허경에 의해 열리게 되었다.
제1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당선된 신인 소설가 정지돈을 소개하는 우리의 마음은 각별하다. 비록 시와 평론 부문에서 신인을 뽑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정지돈에 대한 우리의 반가움과 기대는 그 아쉬움을 갚고도 남는다. 수상작 전문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심사 과정과 자세한 수상 소감을 실었다. 끝으로 문단 안팎의 독자들이 보내주는 따가운 질책과 애정 어린 엄중한 비판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 앞으로도 『문학과사회』는 독자들의 조언과 질책을 숨죽이며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