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대 앞 녹두거리 부근에 있는 서점 에서 내 책의 독자들과 만나는 작은 모임이 있었다. 저녁 7시 10분 쯤에 도착해 7시 반부터 대략 1시간 넘게 내가 구라를 풀고, 그 다음엔 독자의 궁금증이나 의견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바쁜 일정 때문에 저녁도 못 먹고 간 자리였지만 그래도 2시간 넘게 진행한 모임은 첫경험이라 그런지 내겐 퍽 소중한 시간이었다.

  모임이 끝난 뒤 옆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튀김과 순대, 떡볶이 등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그 와중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신나게 오고 갔다. 헌데 어느 독자분이 아무래도 책 서술 내용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내게 확인을 해오셨다. 전두환이 발표한 4.13 호헌조치가 1987년에 일어난 걸로 아는데, 책 내용 중에 자세히 살펴보면 내가 처음 구속되었던 1986년에 일어난 것으로 씌여 있다는 이야기였다.

  순간, 아차 했다. 분명히 내 머리 속에서 그런 혼란이 있었다는 자각이 바로 밀려왔다. 그래서 함께 살펴보니, 책 29쪽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전두환은 우리가 구속되어 있던 4월 13일에 대통령 간선제 등을 골자로 한 5공화국 헌법을 유지하겠다는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완벽한 착각이다. 나는 1986년 2월 초에 구속되어 5월 중순에 나왔으니,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버린 셈이다.

  왜 이런 착각을 했을까? 내 주변에서 열광했던 친구들은 왜 이 착각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연대기를 정확히 기억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만큼 전두환이 밉기 때문에 그를 욕하는 대목에서 굳이 그런 걸 따질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살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