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묻고,원순씨가 답하다.]~ 박원순 시장 서울대 강연회

지난 금요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강연회가 있었답니다.

그날 마침 아침부터 모임도 있었고 오후에는 작은아이 학교에도 가야했기에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되는 강연회에 참석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최대한 빨리빨리 움직여서

늦지 않기가 목표였답니다.

눈썹 휘날리면 서울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15분, 배 속에서는 배가 고프다 난리가 났지만 꾹! 참고 강연회장으로 갔어요.

작년에 끔찍한 물난리를 겪었던 서울시....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일 겁니다.

이날 강연은 박 시장님과 서울대 인근에 있는 인문사회과학전문서점 <그날이 오면>과의

인연 덕에 성사되었는데요,

박 시장님은

 "서울대 총장님이 부르셔도 안 왔겟지만 <그날이 오면>이 주최하는 강연에 서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 강연에 나서게 됐다"며

<그날이 오면>과의 의리를 강조하셨지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김동운, 유정희이라는 깡있는 부부 덕에 <그날이 오면>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이런 서점 하나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날이 오면>은  서울대 인근 녹두거리에서 인문사회과학 서적만 판매하는 서점으로

1988년 문을 열었는데 

신영복 현 성공회대 석좌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등이

특강에 초청된 바 있습니다.

이제 박시장님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보겟습니다.^^

"975년 5월 22일 이대와의 미팅 약속을 뒤로 하고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서에 잡혀갔고 그 뒤 4개월 정도

구치소 생활을했다.

시골에서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동네잔치를 벌였는데 불과 몇 개월 다녀보지도 못하고 시위 한번 가담했다가 서울대에서 제적 되었다.

그 뒤 5년의 방황 끝에 단국대 사학과에 재입학해 졸업을 했는데

만약 편하게 서울대를 다니면서 졸업을 했다면

역사의 중심에 서서 세상을 바꾸는 일은 못 했을 것이다."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죽음으로 경술국치에 항거했던 매천 황현 선생님의 절명시를 소개하면서

글 배운자의 책임이란 건 무한대라 강조하셨습니다.

서울대생을 향해 " 여러분의 선배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오늘날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씀 하시며

"자유가 있기까지 역사에 공짜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서울대 출신들이 군사독재의 기둥이 됐지 않았느냐. 

서울대의 역사는 수치와 굴욕의 역사였다.

서울대 나오지 않고도 많은 존경을 받은 사람도 있고 서울대 나와도 나쁜 일 골라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씀을 이어가셨죠.

현재는 더 복잡한 구조로 약자들이 핍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서울대 학생들이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의 협찬 인생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셨는데

"자기를 버릴 때 얻을 수 있다.

작게 버리면 작은 것을 얻을 수 있고, 크게 버리면 크게 얻을 수 있으며,

내 자신을 모두 버리면 세상 모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유태인으로서 나치 수용소 생존자인 엘리 비전이 한 말인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이 우주의 중심이다."를 예로 들며 행정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하겠다고 밝히셨어요.

고통받고 힘들다는 것은 무엇을 바꿀 수 있는 사건에 직면해 있는 것이라며

소통과 대화 협력을 통해서 공생과 상생을 이룩해야 한다고....

레드오션이라는 것은 피빛 경쟁이라는 것으로 모두가 그 치열한 핏빛 경쟁 속에 함몰될 것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보라며 세상에는 아직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멋진 일들이 많다고 하셨어요.

젊음의 특권은 도전하는 것이며 경쟁이 없이도 시대를 바꿀 수 있다며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을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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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1부 강연 내용 정리를 마치고

2부 순서였던 "대학생이 묻고 원순씨가 답하다"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원순싸에게 강용석이란?

학생들은 '박원순 저격수'로 잘 알려진 강용석 의원에 대해 '박 시장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에 관심이 많앗는데요,

박 시장은 "강용석 씨는 내게 고마운 존재"라며

"내가 뭐라고 한 적 없었는데 혼자 얘기하고 혼자 나가 떨어지곤 나에게 스나이퍼라고 하더라"라고 말씀하셔서

좌중을 폭소케 했습니다.

2. 원순씨에게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운동이란?

시민운동가들이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소는 누가 키우느냐'며

현실정치에 시민운동가들이 뛰어들면서 해당 영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질문에는

"시민사회 영역은 황무지 같은 곳으로 빛도 이름도 없는 길이지만 가장 보람있는 길이라고 했으니 희망자가 많이 나올 것"

이라고 답하셨어요.

그러면서 시민운동을 꼭 해보라고.......

시민운동을 할 때와 시장이 된 후의 차이점에 대해선

"재야에서 움직이는 것은 느리지만 본질적인 것이고 공공에서는 제도적인 것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

3. 원순씨에게 듣는 서울시 정책

기습 요금 인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철 9호선에 대해서는 

"업체가 일방적 요금 인상 공표로 시민들에게 혼란을 끼친 것을 사과하지 않으면 협상은 절대 없다"고 

 '사과 후 협상'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번 일이 민자사업과 민영화를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소형 주택 비율 확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개포재건축에 대해서는

"공공의 기여, 공공의 관점으로 봐야한다"며 최소한의 윤리와 품격을 가진다면 용사참사 같은 건 막을 수 있다고.....

어떤 시장으로 남길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것도 특별한 걸 안 한 시장으로 남길 원한다.

지금은 이전 시장들이 해 놓은 것을 치우기도 바쁘다. 서울시가 당면한 현안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밖에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출마를 할 경우 지원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안 원장이 나를 확고히 도와줬으니 나도 확고히 지원해야 한다"며 의리는 중요한 거라고 강조하셨어요.

안원장이 비정치인으로서 정치로 성공할 수 있겠냐는 우려에 대해선

"나는 기술보다 사람의 비전과 원칙, 철학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 안 원장은 신뢰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기술이나 기능적인 면들은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박시장 자신의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어도 할 일이 적지 않게 있고

이 영역에서 최선은 다하고 볼 일이지만 이런 것을 내팽개칠 생각은 없다"며 말을 돌렸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아니지만 대신 재선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연임 도전을 언급하셨어요.

4. 원순씨가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같은 덕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이건 너무나도 우명한 거창고등하교 직업 선택 10계명인데요, 이 걸 예로 들며

"줏대잇는 삶을 살아라!

일단 부딪쳐라! 일단 뭔가에 도전하면 그 다음 길이 열린다.

언어는 국력이다! 외국어를 많이 배워라!

연애는 꼭 해라!"

사진출처 ; 프레시안

6시 30분에 시작한 강연은 9시가 넘어서 끝났는데요, 싸인회까지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셨어요.

정치인에 대해서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경우도 드문데요,

박원순이란 사람 자체에서부터 시장 박원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맘에 안 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라 생각해요.

물론 저는 이 분의 광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에 무한대의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분이 시장이 되고부터 전 시장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섬김의 자세, 낮춤의 자세에는 분명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강연 내용에 100% 공감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개 서점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만사 제쳐두고 달려온 그분의 의리에 훈훈한 감동을 느꼈고

핏빛 경쟁 속에 스스로를 내몰면서 사회만을 탓햇던 자신을 뒤돌아 보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셔서 고마웠답니다.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