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서점

서점을 소개합니다. 8월 마지막 한 주의 시간이란 토익 점수를 높이기에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시원찮지만 책 한권 꼼꼼히 읽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나누기엔 충분한 것이니까요. 국내에 10곳도 안되는 인문학 서점 중 4곳을 골랐습니다. 카페나 마을 같은 곳이어서 대형서점에는 없는 모임과 역사, 취향이 있으니 겪기에 색다를 겁니다. 가까운 책 사랑방 한번 둘러보시죠.

편집 정문정 기자  tiger@naeil.com

살아 숨 쉬는 책방 길담서원

 “2008년 2월 25일을 기점으로 문을 열어가고 있죠.” 박성준 길담서원 대표에게 서점은 현재진행형의 공간이다. 성공회대 교수인 그는 한명숙 전 총리의 부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 내외의 자녀 이름, 지인 내외의 자녀 이름을 한 글자씩 따 ‘길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어떤 이는 이 이름을 두고 길과 담으로 둘러싸인, 떠남과 머무름, 열림과 닫힘의 공간이라 말했다. 또 어떤 이는 길[吉]한 이야기[談]를 나누는 곳이라 말했다. 그는 서점이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는 우연한 장소이길 바랐다. ‘서원지기소년’이라는 길담 카페 ID에 걸맞게 그는 밝고 힘차고 자유로워 보였다. 눈앞에서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소년이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신하정 학생리포터 shin910@korea.ac.kr 사진 한종희 학생리포터

인문학 서점을 왜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사실은 제가 목마른 나그네였기에 옹달샘 같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공부할 친구들을 만났고, 저 역시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요. 

이곳에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있지요?

청소년인문학교실, 철학공방, 한뼘미술관, 끄세쥬 프랑스어문, 콩글리시 등 다양해요. 앞으로 어떤 모임이 생겨날지 알 수 없어요. 우리는 주동자가 기획을 하고 위에서 아래로 보내는 방식이 아니에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공감하는 이들이 모이고 회의를 거듭해 실현되는 방식, 샘이 솟듯 아래에서 위로 보내는 방식이지요.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책방인 겁니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책마음샘(책이 있는 마을, 음악의 샘이 솟다)’이라는 찾아가는 음악회요. 도서관, 학교, 우체국 등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요. 서점 앞을 지나가던 분이 우연히 서점에 놓인 피아노를 보고 독일에서 공부한 피아니스트를 부른 적이 있어요. 그렇게 시작되었고 6~7차례 열렸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청중과 연주자 사이에 진한 교감이 오갈 수 있지요. 뒤풀이에 와인도 등장하니, 다음에 한번 놀러 오세요.

길담서원이 어떤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라세요?

무정부주의자 엠마 골드만은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혁명이 아니다.” 나는 길담서원이 ‘모두가 춤출 수 있는 21세기형 서원’이 됐으면 해요. 21세기형 서원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문을 닦던 공간과는 분명 달라야지요. 21세기형 서원은 자율성을 갖고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되, 무엇보다도 놀이를 중시해요.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내가 즐겁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200m 직진.

우리은행 건물 주차장과 꽃집 사이의 좁은 골목 끝, 막다른 곳.

운영 시간 AM 12:00 ~ PM 9:00

연락처 02-739-9949

[길담의 단골에게

최근의 책을 묻다]

공통질문

1. 최근에 읽은 책은요?

2. 이곳에 자주 오시나요?  

정선옥

1. 최규석의 ‘100도씨.’ 지난번에 서점에 들렀다가 구입한 책인데,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만화로 그려낸 책이에요. 386세대가 데모를 하던 추억도 떠올리고 싶어 읽었어요.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고.

2. 나는 전북 완주에서 왔어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네요. 박성준 교수님에 대해 알고 싶었고, 인문학 공부도 하고 싶었어요. 또 인문학 서점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여기는 어떻게 살아남나 궁금하기도 해서 와요. (웃음)

윤기돈

1. 이진경의 ‘코뮨주의’,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질문을 제기한 책이었던 것 같네요. 2. 잠깐씩 생각날 때마다 들러요.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 그 이상이에요. 자꾸 생각나는 공간입니다.

이선자

1. 최근 읽은 책?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요즘 워낙 바빠 하루에 몇 장씩밖에 읽지 못했어요.

2. 집이 가까워서 자주 들러요. 내 집 거실처럼 아주 편해요. 여기서 종종 모임도 갖고요. 책을 보진 않더라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단 것이 나를 만족시키는 거죠.

한원철

1. 레이첼 카슨의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요즘 세대는 자연을 벗어나 삭막하게 살잖아요. 아이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려주자는 내용의 책입니다. 각자가 가진 씨앗이 토양에 싹터서 희망으로 성장하기까지 자연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책이지요. 

2. 매주 월요일마다 봉사하러 옵니다. 처음 문 열 때부터 도왔어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에게 이런 문화공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ID 별봄이

1. 알랭 드 보통의 ‘삶의 철학산책’를 영문으로 읽고 있어요. 철학에서 어떻게 위안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7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첫 번째 챕터는 ‘인기 없음’에 대한 것인데 소크라테스의 명언들을 재구성해서 설명해줘요.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행복과 위안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지, 공부를 위한 것은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2. 일주일에 3번 정도 오는 것 같네요. 월요일에 프랑스어, 수요일에 프랑스어, 토요일에 독어 공부모임이 있어요. 연령대, 살아온 배경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아서 계속 오게 되네요.

‘사람냄새’ 맡을 수 있는 책 다방  레드북스

장마가 끝난 후에도 지겹도록 비를 뿌리던 구름이 잠시 숨을 고르던 금요일 오후, 5호선 서대문역 근처에 위치한 한 인문학서점을 찾았다. 취재뿐만이 아니라 일일알바를 하기로 했기에 행여 늦을까봐 서둘러 들어선 그곳의 첫인상은 서점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골방에 가까웠다. 고개 한번 휙 돌리면 한눈에 다 들어오는 좁은 공간에 대형서점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 것도,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알 만한 사람은 알아서 찾아오는 곳, 바로 작년 9월에 문을 연 인문학서점 ‘레드북스’다.

유진형 학생리포터 jiggleryoo@gmail.com 사진 신정은 학생리포터

한 주의 끝자락이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서점은 한산했다. 손님도 많지 않아 오늘 하루 일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진 리포터가 도착하기 전 약 3시간가량 두 번의 서빙과 한 번의 설거지를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주인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르바이트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정식 아르바이트생은 아니고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부탁으로 자신도 오늘 하루만 일을 도와주고 있다던 그는 매주 일요일마다 이 서점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서점이 들어서기 2년 전부터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사교육비 부담이라도 덜어주고자 광고를 내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되었다고. 원래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에 공부방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종종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주문도 대신 받고 그렇게 가게 일을 조금씩 돕다 보니 이제는 다들 한 가족처럼 지낸단다.

‘레드북스’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인근 진보 성향 단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로변에 위치해 찾아오기가 쉽다보니 지나가다 잠깐씩 들러 쉬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는 주로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생태운동에 관련된 도서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이와 상관없이 기증받은 헌책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가게 한편에는 공정무역을 통해 라오스, 동티모르 등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 커피와 생협조합에서 생산된 차(茶) 몇 가지와 라면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 만으로는 서점을 유지하기 힘들어 사실상 후원회원의 후원금으로 운영을 해오고 있다. 후원금으로 서점 유지하기도 힘들 텐데 후원 회원에게 신간 10% 할인 및 약 2,3천원 상당의 음료 무료 제공의 혜택까지 준다. 대체로 한 달에 1인당 1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받는데 한 달에 열 번 와도 음료는 무료로 제공되면 적자가 아니냐는 걱정에 ‘장기적으로 보면 괜찮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조차 과감히 거부하는 ‘바보’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

그날 저녁까지 3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 공간에서 보냈던 시간을 반추해보면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좁은 공간 안에 있는 거라곤 수많은 대형 카페와 서점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는 책, 사람 그리고 커피뿐이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대형 서점처럼 압도되는 느낌을 주지도, 대형 카페처럼 산만하지도 않은 편안한 분위기와 차별화된 주제의 도서 구성 때문이지 않았을까. 문을 연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풋내기 서점임에도 이토록 알려지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실용서, 어학, 경영서의 홍수 속에서 빠져나와 진짜 독서 한번 제대로 하고 싶다면, ‘레드북스’가 딱이다.

  그날 저녁

‘레드북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저녁 7시, 시민단체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의 주최로 열린 제46차 문화나눔마당이 시작하려면 30분이나 남았지만 서점은 이미 도착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다문화사회’. 이주노동자방송 MWTV의 전 대표, 현 다큐멘터리 PD, 다국적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멤버 등으로 활동 중이며 2010년 인권홀씨상 수상,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표창상 거부로 유명한 버마(미얀마)의 17년차 이주노동자 소모뚜씨가 강연을 맡았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짧은 영상 상영으로 시작된 강연은 불쌍하거나 혹은 위험한 존재로만 비춰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과는 달리, 이주노동자들도 다른 한국인들처럼 취미생활을 하고 사회봉사 등 공동체생활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또한 그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외국인이 130만 명에 육박하는 지금은 단순히 함께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달콤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달콤하게 살기 위해 그가 제시한 방법은 그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이주민사회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잘 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주민을 ‘꿈과 희망을 위한 도전자’라고 정의한 그는 자신과 같은 이주민의 꿈과 희망도 맛있는 것 먹고 예쁜 옷 입고 편하게 살고 싶은 한국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며 다만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아는 이 없는 한국에 와 도전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주민의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다문화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다른 민족의 옷을 입어보거나 음식을 먹어보거나 언어를 배우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다문화사회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135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국가인 버마(미얀마)에서 살면서 여러 민족의 친구를 대할 때면 그는 그러한 외적인 요소보다는 사람 그 자체에게 집중하려 했다는 것이다. 어떤 민족이건 어떤 종교를 가졌건 간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해 주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

또 그는 보다 세부적으로 다문화사회의 성립조건으로 인종차별 없이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 노예허가제와 다를 바 없는 고용허가제가 없어지고 이주노동자에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가족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이 성립될 수 있으려면 법보다 인권이 우선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다문화인을‘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해주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그는, 사회의 약자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좋은 사회이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라고 결론지으며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스탑크랙다운’의 멤버답게 직접 기타 연주를 하며 노래까지 불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이 분위기는 ‘레드북스’ 아래층에 위치한 호프집에서의 뒤풀이 자리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시민단체 직원과 소모뚜 씨를 제외하고 약 10명 정도. 공기업에 다니시는 아버지뻘 연세의 회사원부터 개인 사업가, 다큐멘터리 PD,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전직 교사, MWTV와 같은 한국의 사회적 소수자 매체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 중인 일본인까지 독특한 강연 주제만큼이나 처음 만난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공간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만약 대관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 ‘레드북스’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들의 만남은 과연 이뤄질 수 있었을까. ‘레드북스’를 생활공동체 운동의 거점으로 만들고 싶다는 최백순, 김현우 두 공동 대표의 바람은 오늘 행사 이외에도 한 달에 한두 번 미니강연 혹은 소모임 개최로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진정한 풀뿌리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이런 조금은 특이한 공간들이 과연 바람직한 촉매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 두고 봐야겠지만, 오늘의 특별한 경험은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에 충분했다.

그 날, 그날이 오면

김초롱 학생 리포터 evil5555@naver.com 사진 신정은 학생리포터

‘그 날이 오면’이

  걸어온 길

+ 1988년

문을 열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사회 변혁을 위한 실천적 모색과 함께 관련 책을 번역, 출간하는 출판사가 나타났다. 동시에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이 늘었다.

+ 1990년

김동운·유정희 대표 인수

그날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날은 전야서점, 열린글방, 백두책방, 아침이슬, 광장서적 등 서울대 앞 인문학 서점 중 하나였다.

+ 1996년

서울대 유일의 인문학 서점

90년대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사회주의 국가가 실패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국사회가 변한 것이다. 학생운동도 덩달아 쇠퇴했다. 학생운동을 하는 이들의 사랑방이던 인문학 서점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날은 서울대 앞의 유일한 인문학 서점이 되었다.

+ 1997년

서점 대표 불구속 수사

서울에 남은 몇 안되는 사회과학서점이 모여 책 읽기 안내 책자를 만들고 모임을 주선했다. 이 일을 계기로 서점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책이 이적표현물로 취급받아 국가보안법 7조 5항 규정에 위배되어 그날을 비롯한 사회과학 서점 세 곳의 대표가 연행되었다. 그들은 불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늦은 저녁 풀려났다. 그 사이 서울대 내부에 이 소식이 전해졌고 400~500명의 학생들이 모여 항의집회를 열었다. 김동운 대표는 ‘서점의 위기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며 순식간에 모인 이들을 보니 지금까지 서점을 운영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 김 대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이 서점을 지킬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 1998년

그날에서 무가지 발행 (~1999년)

매달 천부이상 무가지를 발행했다. 학생들의 서평, 진보적 교수의 시론 등으로 구성한 잡지를 만들었다. 90년대 이후 서점 매출이 떨어지면서 적자 운영이 계속되어 현재는 발행을 중단한 상태다.

+ 1998년

카페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날개를 편다’ 운영 (~2004년)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점 2층에는 미네르바라는 카페가 있었다. 학생들의 휴식처이자 세미나, 독서토론, 저자와의 인터뷰, 공연, 전시회 등 종합적 문화공간으로도 역할하는 장소였다. 김수행 교수, 홍세화 위원, 조지 카치아피카스 등 세계적 석학이 다녀갔다. 

+ 2006년

후원회 발족

적자 운영이 계속되면서 서점의 존폐 위기가 닥쳤다. 서점을 사랑하는 230여명이 모여 후원회를 발족했다. 후원금은 서점 운영비와 함께 강연회, 저자와의 대화 등 여러 활동에 쓰이고 있다. 운영회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서점을 자신의 공간이라 생각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 2011년

인터넷 서점 시작

후원금에도 불구하고 적자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의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보완하고자 한다는 포부다.

찾아가는 길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238-10

운영 시간 AM 9:00~PM 12:00 (월~토)

AM10:00~PM12:00 (공휴일)

연락처

02 - 885 - 8290

[ ‘그 날’

  단골들의 추천도서]

박혜숙  중학교 사회교사

추천 도서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 우석균 / 해나무

통치자 중심의 역사가 아닌, 민중에 의해 역사가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냈다. 직접 저자가 기행을 하며 저술했기 때문에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이아람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 대외협력 담당

추천 도서

공감의 시대 / 제러미 리프킨 / 민음사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각도로 풀어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은 공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이 두꺼워 읽는 데 세 달이나 걸렸지만 꼭 읽기를 권한다.

김창열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수석부지부장

추천 도서

없음

우선 읽어라. 읽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은 스스로 찾아라.

‘그 날’의

대표 행사

01

서평대회

2011 그날이오면 환경독후감 대회 (2회/1년)

도서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더글라스 러미스 / 녹색평론사

접수기간

2011. 6. 7 ~ 2011. 8. 15

시상

2011. 9. 6 시상식 및 김종철 녹색평론 편집인 초청강연

접수방법

온라인 그날 www.gnal.co.kr 환경독후감 게시판에 비밀글로 제출

분량

일반부 A4 3~4매

02

학회 그날이오면

서점 후원회에서 활동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 서울대 정식 학회로서 세미나 및 사회참여활동을 진행한다.

03

그날에서 책 읽기

사회인 독서모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1998~1999년 그날에서 발간한 무가지 ‘그날에서 책읽기’의 이름을 이어받은 독서모임으로 매주 1회 진행된다. 정해진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여 자유 토론에 참가하면 된다.

은종복 대표와의 인터뷰 풀무질

신현선 학생리포터 soon6412@hanmail.net 사진 한종희 학생리포터

‘풀무질 서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풀무질 서점은 1985년 여름에 문을 열어 25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서점을 맡기 시작한 것은 1993년 4월 1일부터로, 4대 풀무질 일꾼을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인문사회과학 책 위주로 판매했어요. 2000년에 들어서 IMF를 맞게 되면서부터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학교제나 수험서 등을 함께 판매하며 18년째 꿋꿋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풀무질 서점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본래부터 ‘진보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학생 때도, ‘더러운 세상의 모습을 글로 알리고, 노동운동을 하면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풀무질 서점’의 새로운 일꾼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그때 ‘맑고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됐죠.

97년도에 소위 말하는 ‘불온서적’을 풀무질에서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감옥에 구금되었던 걸로 아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었어요. 경찰들이 일주일에 서너 번 책방을 찾아와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사갔죠. 그러다 1997년 4월 15일, ‘국가보안법 제 7조 5항 이적표현물 판매죄’로 경찰청 대공분실로 끌려갔습니다. 대공분실은 87년도에 대학생이었던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사망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 끌려갔으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죠.

저 뿐만이 아니라 ‘그날이 오면’, ‘장백 서원’ 대표들도 함께 끌려왔습니다. 제게 ‘이적 표현물’이라며 내놓은 책들은 ‘전태일 평전’, ‘철학 에세이’ 등이었고 ‘월간 말’도 있었어요. 저는 당시에 저를 조사하던 수사관에게 “이런 책들은 큰 서점에서도 모두 판매하는데 그들은 왜 조사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들은 단지 돈을 벌려고 책을 파는 것이고, 당신은 불온한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여기서 나가면 돈도 안 되는 사회과학 서점은 그만 두고 돈이 되는 좀 건전한 일을 해봐요”라고도 하더군요. 어이없고 화가 났죠. 그 후 한 달 간 구치소에서 살다가 풀려 나왔습니다.

그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풀무질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풀무질 서점은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큰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단지 돈으로 책을 사고파는 사이에 머물지만, 풀무질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며 세상을 맑고 밝게 바꾸려는 ‘진보 공동체’에 가까워요. 이곳을 찾는 손님들 가운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손님들도 많고요. 그래서 제가 읽고 좋았던 책을 손님들에게 추천하고, 손님들도 본인들이 읽고 좋았던 책을 추천해주시기도 합니다. 또 읽은 책의 내용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 ‘소통’이 바로 제가 지금까지 풀무질 서점을 운영해 나갈 수 있게 한 큰 원동력이죠.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직접 쓰신 글을 나눠주시는데,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제가 쓴 글은 읽었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 것들도 있고요, 제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글로 나타낸 기고문도 있어요. 저는 이런 글들을 쓸 때 3가지를 꼭 고려합니다.

첫 번째는 초등학생 5학년도 알기 쉽게 쓰자는 거죠. 제 글의 첫 독자는 늘 아들과 아내예요. 아들이 이야기를 들어보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은 늘 꼬집어 줍니다. 두 번째는 한자와 영어 사용, 또는 안 좋은 붙임말이나 미사여구를 줄여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글을 쓰자는 겁니다. 마지막은 글을 짧게 쓰자는 거예요. 그래서 읽는 이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 세 가지를 글 쓸 때면 꼭 지키려고 합니다.

앞으로 풀무질 서점은 어떻게 될까요?

권정생 씨의 ‘죽을 먹어도’라는 책을 보면 그분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있죠. 이처럼 삶과 글이 일치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책방을 찾는 손님들께 권해 더 나은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러한 책을 더 많은 분들께 소개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책방들이 계속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현재 풀무질에서 열리고 있는 5개의 책모임을 통해서, 참가자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풀무질 책방이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큰 책방이 그저 손님들이 책을 사러 오는 공간이라면, 풀무질은 공부하는 자가 스스로 책을 읽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죠. 풀무질은 앞으로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서로가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장소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풀무질 대표 일꾼 은종복 씨가

추천하는 책 BEST 5 ]

01 나를 운디느니에 묻어주오_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한겨레 출판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던 인디언들의 평화로운 삶이 백인들에 의해 처절하게 멸망당하는 과정에서도 위대한 투쟁을 보여주는 인디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02 죽을 먹어도

권정생, 아리랑나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작가, 권정생씨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남북통일을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책이다.

03 월간 작은 책

작은 책

일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노동 월간지.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일터의 이야기 등이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있다.

04 격월간 녹색 평론

녹색평론사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공생적 문화를 이루는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만들어진 격월간 잡지.

05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이레

PCB, 다이옥신, 고엽제 등을 생산하던 화학기업 몬산토가 성장호르몬(RBGH)을 계기로 생명공학 기업으로 재탄생한 배경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음모와 비리를 밝힌다.

[풀무질

BEST SELLER 3 ]

01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돌베개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해야 함을 말하며,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 질책한다.

02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녹색평론사

수많은 나라의 통치자들이 경제 성장을 부르짖지만 경제 성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03 소금꽃나무

김진숙 노동조합단체인, 후마니타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사회비평 에세이로, 민주화 발전 뒤에 가려진 어두운 면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를 잔잔히 그려냈다.

풀무질 5대 모임

고전 읽기 모임, 시 읽기 모임, 책 읽기 모임,

철학 모임, 소설 읽기 모임

찾아가는 길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성균관대 정문 쪽으로 가다보면 정문 직전 앞에 보이는 건물 지하에 위치

운영 시간 AM 9시~PM 10시(평일) PM1시~9시(주말)

연락처 02-745-8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