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아저씨' 김동운씨 인터뷰
|
그날이오면 게시판
|
2010.12.06 23:31:55 |
|
|
|
| '그날 아저씨' 김동운씨 인터뷰 |
|
|
|
 추천 : |
132 |
이름 : |
그날지기 |
작성일 : |
2007-07-30 11:37:07 |
조회수 : |
1,629 |
 |
| |
|
그날 아저씨’ 김동운씨 인터뷰 - 2007. 새내기 책읽기 길라잡이에서 -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주인공 인하가 희재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던 공간으로 한 책방이 나옵니다. 광화문에 가면 찾아볼 수 있는 대형서점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일상의 공간이자 고민을 키워가는 공간으로의 작은 인문학 책방 말이죠. 한때는 pc방 대신 대학문화의 상징이었던 인문사회과학서점이 대학가에서 자취를 감춘 지금, 전국에 하나 남은 인문사회과학서점이 녹두에 있다는 사실 아세요? 인문학의 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그 소중한 공간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날이 오면>을 10여년가까이 운영하고 계시는 ‘그날 아저씨’ 김동운씨를 만나 뵈었습니다.
세용: 안녕하세요. 총학생회 학술국에서 일하고 있는 세용이에요. 우선 <그날>의 시작에 듣고 싶어요. 소개 좀 해주세요.
그날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날이 오면은 1988초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만든 게 저는 아니고 만드신 분은 안타깝게도 89년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 후로 주위의 친한 분들이 운영하며 새로 운영할 주체를 찾고 있다가 제 처가 운영을 하게 됐었어요. 원래 자리는 삐에스몽떼 옆 보드람 치킨 자리였고 지금보다 작은 모습으로 출발을 했었죠.
세용: 그날이 생겼던 당시의 대학의 모습은 어땠나요 ?
그날 아저씨 : 다들 아시다시피 80년대는 한국사회가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한국 사회를 올바르게 변혁시키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넘쳤던 시대였죠. 새로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활발하게 넘치던 시대였죠. 그런 이유가 인문사회과학이 읽히게 된 배경이 된 것 같아요. 맑스-레닌주의 책도 그렇듯 서구의 변혁이론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고. 북한에 대해서도 기존의 인식과 달리 주체사상이나 당시의 현실에 대한 고민들도 많았었죠. 또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현실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대였어요.
세용: 그런 배경에서 그날과 같은 책방들이 생기게 된 거군요?
그날 아저씨: 예. 그런 셈이죠. 그런 배경 속에서 그런 변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서적도 많이 생겼고 당연히 그런 것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 역시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에는 책방이 단순한 서점 이상의 곳이었어요. 진보의 전진기지라고나 할까.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세미나하는 장소뿐만 때에 따라서는 가두시위가 일상적이었는데 잠시 무얼 맡겨놓는다거나 하는 그런 공간이었죠. 활발하게 사회운동이 이루어지는 그런 공간으로서의 인문사회과학서점이 거의 모든 대학 앞에 생기기 시작했고 서울대 주변 같은 경우에는 여러 군데 있었죠. 녹두만 해도 5~6개의 인문서점이 있었고 그 와중에 그날이 88년에 만들어 졌어요.
그럼 아저씨는 언제부터 운영을 하게 되신 건가요? 또 그때의 상황은 어땠나요?
그날 아저씨 : 제가 93년에 운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90년 인문사회과학을 읽고 하는 것이 감소하는 추세였잖아요? 한국 사회도 87년 이후 90년대 들어서 현실사회주의진영들이 일정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을 보면서 비판적인 문제의식들이 생기고 한국사회도 군부독재타도라는 과제가 사라지고 형식적으로나마 의회민주주의로 이행되면서 80년대처럼 절박하고 열정적인 것들이 감소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인문서점의 토양이었던 것들이 감소하면서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하고, 전국적으로도 150개 가까이 되던 사회과학 서점이 90년대 중반 되면서 거의 문을 닫게 되었죠.
그리고 공동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점차 개인의 욕망이나 미래 등에 대한 것들이 강화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80년대 문화에 대해 경직되고 전체주의적인 것으로 얘기를 하면서 다양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던계열의 철학이 활발히 유입되기 시작했고요. 90년대 초중반 인문 사회과학 서점도 과거에 비해 많이 책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서, 그것들을 토대로 해서 실전적 관점들을 세워가고 여러 가지 자신의 인식의 토대들을 만들어 갔던 기풍들이 많이 약화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질적, 양적으로 인문사회과학에 관심 있던 사람도 감소하게 된 것 같아요.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과거처럼 치열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단순히 지적욕구를 위한 경우가 많아졌어요. 전엔 자신이 문제의식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죠. 자신의 가치관을 세워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고 또 그만큼 치열했어요. 철학에 대해 공부를 하더라도, 대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공부를 했고 정치경제학을 공부해도 현재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어요. 일생을 걸고 살아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보람과 의미를 찾으려했던 모습이 역력했죠.
세용 : 그 과정에서 그날은 다양한 시도들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아저씨 : 그 과정에서 겨우겨우 살아남는 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고 힘 있게 살아가기 위한 시도를 했었어요. 다른 서점들이 문을 닫는 상황 속에서 몰락해가는 것으로 인식되는 게 싫었고, 그래서 94년에 작은 공간에서 이쪽으로 옮기기로 결정을 했었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셨어요. 과연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는 게 성공할 수 있을까 했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이용하며 사회진보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가고 그러길 바랐어요. 책도 없는 게 없을 정도 갖추고 서점이 1개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정치적인 성향을 띄려고 노력했어요. 그날은 이용하는 사람은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편안히 이용할 수 있길 바랐지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이용했었고 서점도 굉장히 활발해졌어요.
그 와중에 97년 말에 그날 1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서평공모대회를 했었어요. 많은 서평이 있었고 그 서평들을 심사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그날에서 책읽기>를 냈었죠. 매달 신간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꼭 읽혔으면 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 통일이나 5.18등을 기획으로 해서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었어요. 매달 1200부를 무가지로 공급을 했었어요. 사회단체 진보지식인, 후원회원들에 보내고 상당히 큰 반향을 이루어졌었죠. 하지만 97년 IMF가 되면서 책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신자유주의가 본격화 되면서 사회전반을 여유 없게 만드는 상황들이 연출되었죠. 학생들도 취업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좀더 공동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개인으로 귀속되는 경향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그런 자연적인 흐름들을 어떻게든 거슬러보고자 했던 것인데 한계가 있었나 봐요. 2년 정도하다가 계속하기 힘들어져 휴간을 하게 되고 같은 시기에 2층에 카페를 냈어요.
한창 녹두에 세미나 위주의 카페가 많았었는데 다양한 학회나 동아리들이 세미나를 통해 논쟁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그런 분위기였죠. 하지만 그런 문화가 줄어들면서 그런 형태로 운영을 안 되다보니 문을 닫게 되고 세미나 하게 될 그런 공간들이 없어지기 시작했죠. 그런 것 까지 같이 해서 그날이 유지를 하고 싶은 마음과 또 서점이 단순히 책 파는 곳이 아니라 저자와의 대화도 하고 주요하게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 토론이나 세미나도 추진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같이하는 공간이길 바랬어요. 그런 바람에서 98년도에 2층 <미네르바> 카페를 운영을 하고 그 당시 세미나 같은 것들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런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그날만은 활발히 운영되었죠.
세용 : 하지만 현재의 대학에서는 그런 활동들이 눈에 띄게 줄어 버린 것 같아요.
그날 아저씨 : 2000년대 되면서 그런 것도 한계가 있었고 서점 이용도 줄어들고, 아까 얘기했던 90중반이후 사상적으로도 그렇고 지향이 개인주의가 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대세가 되면서 대학 사회도 많이 변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전의 대학사회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기성의 제도가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공장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신자유주의가 계속 유입되고 그것이 요구하는 것들이 그만큼 주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여지를 봉쇄를 한 것 같아요. 갈수록 고시를 이용해 보장을 받으려 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얻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의식을 규제하는 요인이 되고 대학생활이 그런 것에 맞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죠. 그래도 그 이전에는 그나마 숨통이 트는 곳이 대학이었고 사회에 대한 고민들이 상대적으로 대학에서만큼은 독립된 공간이었어요. 이미 기성사회에 물들어 그것으로부터 요구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으로 어떻게 만들 사회가 만들 것인가부터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 인식적인 측면들에 대한 고민이 치열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마저도 뺏어가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그런 것들을 뺏어 갈 수밖에 없는 사회인 것 같아요. 그런 흐름 속에서 그날 역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죠.
세용 : <그날이오면> 후원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그날 아저씨 :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런 역사적 맥락들 속에 서점을 거쳐 갔던 많은 사람들, 또 지금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전국에 유일하게 하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날의 의미에 대해 공감하시는 분들이 생겼죠. 사실 그날을 만들 때의 부채를 제외하고서라도 3~4년 전부터는 완전히 적자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무임금으로 자원 봉사하는 것처럼 운영을 했었는데, 그럼에도 어느 정도가 지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하기가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절대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서점으로서 저 스스로 그렇게 되선 안 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해결방식으로 해쳐나갈 수 없다고 판단이 되서 걱정해오던 분들과 함께 그날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그런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그날 후원회가 발족을 했어요. 시작할 때는 30명 정도의 후원회원을 받았어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가게 월세인데, 그게 서점의 매출에 비하면 굉장히 큰 편이에요. 후원회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날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좀더 큰 그림을 그려서 서점 기능뿐 아니라 예전에 시도했던 것들을 다시금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신영복선생님 강연회를 했었고 그 이후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지금 현재는 180명의 후원회원들이 현재 가입이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과거의 부채는 여전히도 안고 있는 문제이지만 현재의 운영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후원회를 좀더 확대시켜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죠. 과거의 어려웠던 상태를 보면 나아진 상태에요.
세용 : 하지만 여전히 인문학의 위기라는 현실에 많은 장애가 있을 것 같아요.
그날 아저씨 : 예, 맞아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인문사회과학을 딛고 있는 현실이 취약하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꾸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 이런 현실이 있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고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한 고민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전체적인 흐름에 보조를 맞춰줄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것을 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현재 후원회 회원 중 절반정도가 졸업생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대학시절의 추억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의 연장선에서 행사도 참여하고 그런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그날을 계기로 서점을 이용하는 분들이 더 건강해지고 더 풍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첫 번째 가장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세용 : 그 외에도 다른 행사들을 기획하시고 있는 것은 없나요?
그날 아저씨 : 일단 공식적인 것은 최장집 교수 강연회를 기획하고 있고요. 12월말에 박노자 교수의 강연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강연회를 내실 있게 만들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후원회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양심수에게 책을 보내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그날에서 책읽기>를 만들 때 비전향 장기수인 강연주씨(전향서 준법서약서 거부)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그러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민가협 목요집회에 참여도 하고 안동교도소에 면회도 가는 활동도 했었죠. 기본적으로 양심수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날과 처음부터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분들이 그 안에서 책읽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번 해보자고 추진하게 되었어요. 현재 양심수는 약 100여 명 되는데, 작년 포스코 농성, fta 등등의 사건으로 구속된 95명에 대해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후원으로 소금꽃나무,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미완의 귀환 그 이후, 전태일 통신, 민주화운동 20년 열망과 절망 등등 나름대로 그분들이 읽고 도움이 될 만한 책 위주로 책을 무료로 보내드렸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그분들에게 의견을 받는 중이에요.
세용 : 서점에서 팔리는 책들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그날 아저씨 : 90년 중반부터 여성주의라는 부분이 크게 확대 되었고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페미니즘의 도전이 판매량 1위였다
물론 대학의 변화가 책 읽는 것에도 반영이 되죠. 프랑스 현대 철학이라든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입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북한이나 맑스-레닌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흔히들 부문운동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양한 영역으로 관심이 확대되는 흐름도 있구요. 특히 정치투쟁으로부터 일상으로 관련된 주제로 책을 읽는 주제 많이 변했죠. 개인의 지적 호기심을 위한 교양 책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런 현상이 마냥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아요. 80년대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든지 우리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혹은 여러 가지 다양한 부분에서부터 활발히 사회전체를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이러한 서적들이 읽혀야 하는데 그런 방향에서라기보다는 80년대 운동들에 대해 패배적이고 청산적으로 인식이 되고 다양성이라는 것이 합리화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이런 여러 분야의 이야기들이 원심력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또 이러한 흐름이 90년대 2000년대의 대세가 되고 있고, 그런 식으로 되다보니까 과거에 가졌던 맑스의 원전을 읽으며 전태일을 읽으며 가졌던 문제의식과 감동도 전체의 커다란 삶의 충격을 주지 못하는 것 같고 어떤 공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런 가치를 인정하고 보는 사람은 제가 보기엔 그나마 나은데, 그런 분들 숫자가 예전에 비해 굉장히 작고, 질적으로도 많이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봐요.
세용 : 예전 그날은 녹두에서 서울대 학우들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빼놓을 수 없었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그날 아저씨 : 일상생활에 있어서는 녹두에 많이 왔던 것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활발히 될 때의 일이에요. 그런 것으로 가장 적절한 공간이 녹두였고... 90년 초반만 해도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메모판이 꽉 찰 정도였어요. 우연히 들렀다가 친구들이 모이는 것을 알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하지만 그러한 공동체 문화가 쇠태하면서 개인적으로 따로 노는 경향들이 생기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녹두의 문화도 바뀌고 핸드폰이 공급이 되면서 메모판이 과거에는 유력한 수단으로 기능했었는데, 메모지나 포스터가 붙는 경우도 거의 한정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점은 서점에서 사람을 대할 때도 드러나요. 책에 대해 얘기를 해도 과거에는 서로 허물없이 할 수 있었고 학교안의 상황에 대해 얘기도 많은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약간 벽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상대에서 불편하게 될 것 같다. 선의로 하는 던지는 질문들이지만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러한 점들도 방금 얘기 했던 인식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밀도 있는 관계들이 되기 어렵고 일상적인 공간으로서의 공동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세용 : 그날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화들이 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게 있나요?
그날 아저씨 : 그동안 그날을 이용하면서 서점운영 중 큰 기억은 97년에 있었던 일이에요. 당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서울의 6개의 인문서점 중 3명을 구속을 시켰던 일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서점 대표는 제 처였는데, 일단 제 처를 구속을 했었고, 저는 불구속 상태서 조사 500명 정도 모여서 집회를 하고 있었어요. 그것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어요. 학생들과 맺어왔던 관계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이구나 싶었어요. 열심히 운영했던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었고, 그때의 일이 제일 큰 일로 기억 되네요. 서점을 자신들의 소중한 공간으로 여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리 어려워도 이 서점을 포기할 수 없는 큰 이유를 얻었어요. 그리고 그 마음들은 숫자가 줄었더라도 지금도 계속된다고 생각해요. 후원회에 참여하는 분들도 그렇고... 제가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개인적인 사업이라며 접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용 : 새내기들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세요?
그날 아저씨 : 단연 전태일 평전을 꼽고 싶어요. 그날에서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가지고 있고, 또 제가 가졌던 감동의 크기도 가장 크고 그동안 많은 선배들이 권할 때 많은 마음들이 모여진 책이 전태일 평전이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 한국사회의 한 단면, 지금도 여전히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지 본질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정말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 자신의 주변을 생각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전형적이 모습이 나타나있는 책이에요. 나름의 어려운 여건에서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려는 치열한 고민이 들어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느끼는 것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읽기는 하지만 자신의 삶과 유리된 형태로 읽히는 것 같다. 아직은 바보회 안만들었네라며 장난스럽게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저는 밤새 눈물을 안 흘릴 수 없이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식으로 전혀 다른 사람의 삶으로 취급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나마 그 책을 읽고 세미나 한다는 것은 그래도 귀한일이지만 읽는 자세나 생각이 그 정도 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맘이 별로 안 좋았어요. 근로기준법을 위해 분신하셨던 전태일 열사나 얼마 전 분신하셨던 허세욱 열사나 그들이 던지는 의미에선 서로 연결된 거잖아요? 박정희 하에서 열악한 상황이나 fta이후 노동자들의 현실이나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fta 이후 자본 중심의 체제가 아닌 올바른 사회 형태에 대한 고민과 열정이 허세욱 열사의 분신에 담겨 있던 건데,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37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바꾸려고 하는 주체들의 상황이 오히려 결국은 질적으로 취약해 진 것 같아요.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많은 사람들이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았는데 지금은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먼 남의 얘기 정도 받아들이는 상황이잖아요. 먼 미래를 보면 더욱 암담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성적, 고시, 취업에 목매고하는 현실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현실이라는 구조가 분명 존재하고, 구조를 변화시켰을 때 자신의 삶에도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데 그게 전혀 안 되는 것 같아요. 정치, 경제, 여성, 환경문제 모두가 그렇잖아요. 점점 사람들의 삶의 방식들을 이기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세용 : 마지막으로 새내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한 말씀만 부탁드려요~
그날 아저씨 : 아무리 대학사회에서 주어진 틀에 일정부분 따를 수밖에 없는 측면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학점이나 학부제나 취업, 진로에 목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 그런 구조의 실체를 인식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이후의 후배들이 그것으로 벗어나는 것은 그 구조를 끊어 내는 것으로 가능하거든요. 현재의 상황은 소수의 사람이 좀더 편할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근본적으로 극복해 낼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고 봐요. 예를 들어 미국과 fta안하고 어떻게 할것이냐? 라는 질문에 어떻게 또 다른 대안들을 만들어나갈지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 현재 자본주의에서 일국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잘나가는 부분을 말고는 다른 분야는 버리는 파행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한 재화를 생산해 내고 그것에 사람들이 고용되고..이렇게 커다란 주제들이 자신의 삶과 연관이 되어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성 사회가 요구하는 것으로부터의 유일한 해방구는 소비문화에 젖는 것 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러한 소극적 도피는 자기 혼자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은폐된 형태의 삶을 살게끔 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돌파해 나가지 않고서는 출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일한 가능성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 시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취업을 하게 되면 학생 때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강제적인 억압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지 않으면 사회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극복해 나갈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랬을 때는 우리는 우리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질 수 없겠죠. 그러한 작업의 시작이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되었으면 해요. 책에는 그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자기 자신에게도 더 행복한 삶,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