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해리 포터 3총사의 분노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를 물리친 해리 포터 3총사. 그러나 화살 같은 세월은 마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어 그들도 학부모가 되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려던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집으로 날아온 등록금 고지서에 깜짝 놀란다. 자신들이 '마법 세계 민주화 투쟁'을 하느라 동가식서가숙하던 때와 달리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똑똑한 헤르미온느가 따져 본다. 20년 전,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마법부를 장악하자 호그와트 진영은 학교의 자치와 자율을 요구하며 싸웠다. 볼드모트가 사라지고 호그와트의 '자율화'가 이뤄지자 이들 3총사는 졸업을 했고 바쁘게 살아가느라 학교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마법부는 마법사 교육이라는 공적 의무를 귀찮은 짐인양 벗어 던졌고, 신설된 '호그와트 법인'의 이사진은 '마법부 지원이 없어 어쩔 수 없다'며 등록금을 마구 올렸다. '자율화'는 '등록금 자율화'로 변질되었고 이사진의 전횡에 실질적인 학생의 자율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분개한 3총사는 호그와트를 찾아가 조목조목 따지기로 했다. 과거 반 볼드모트 투쟁에서 영웅이 된 이들을 학교 본부도 함부로 무시하진 못했다. 사실 이미 수많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제발 내려달라'고 항의, 시위, 농성 안 해본 것이 없으나 호그와트 본부, 마법부, '예언자 일보 등은 '개무시'로 일관해왔던 것이다.

호그와트 이사장(이하 이사장) : 어이쿠 직접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등록금 문제로 상의하실 게 있으시다구요?

해리 : 예. 어째서 등록금이 이토록 크게 오른 겁니까?

이사장 : 하하,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것도 빠듯하게 책정한 겁니다. 아다시피 우리 호그와트는 글로발 스탠다드에 맞는 마법 학교를 지향하느라...

론 : 높은 질의 교육 좋아하시네! 아까 둘러보니 마법 강의실은 수백 년된 시설 그대로고, 교수 1인당 가르치는 학생 수도 우리가 스네이프 교수한테 배울 때랑 똑같던데?

헤르미온느 : 맞아요. 도서관에 책도 별로 없고! 보니까 숲을 밀어서 '1000주년 기념관'을 세웠던데, 거기 들어갈 돈만 아껴도 등록금을 줄일 수 있지 않나요?

이사장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황급히 말을 이었다.

이사장 : 저희 홈페이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등록금 책정 근거는 아주 합리적으로...

해리 : 거기 보니까 이월 적립금을 어마어마하게 쌓아놨던데, 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법인의 재산을 늘리는 겁니까?

이사장 : 그건 오햅니다. 적립금은 학교의 미래 발전을 위해 준비한 투자기금이죠...

론 : 아니, 몇년 있으면 졸업할 학생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도 못하는데, 왜 그들에게서 그 돈을 강제로 뽑아내는 건데? (화가 나서 마법 지팡이를 빼든다)

헤르미온느 : (론을 진정시키며) 호그와트 법인은 학교 운영을 위해 스스로 수익금을 내어 기여해야할 의무가 있지 않나요? (마법으로 라면 박스 10개 분량의 자료를 소환한다) 그런데 이 자료에 보면 법인은 오로지 학생들의 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이사진 업무비도 다 갖다 썼군요!

론 : 우리 애들을 봉으로 보는 거야?

론은 지팡이로 이사장에게 주문을 쏘려고 했으나, 늘 그렇듯 실수로 사무실만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헤르미온느가 주문으로 론을 잠시 기절시키자 이사장이 기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이사장 : 아이고... 마법부의 재정 지원이 거의 없어 저희도 어쩔 수 없다구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마법부에 가서 직접 따지기로 했다. 그러나 마법부 총리는 무슨 회의가 있네, 외국 출장을 가야 하네 하며 문전박대만 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예언자 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등록금이 좀 비싸다 해도 학생들이 자신의 마법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일이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마땅합니다. 마법부에 떡 달라, 젖 달라 조를 시간에 공부를 더 해서 장학금을 타세요! 정 힘들면 마법부가 제시한 '졸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활용하시고..."

해리 포터 3총사는 이 말을 듣고 분기탱천했다. 볼드모트만 무찌르면 마법 세계는 낙원이 될 줄 알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마법 세계에 파고든 시장 논리, 마법부의 책임 방기, 족벌화된 법인의 부패, 그리고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마법사의 길을 포기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보며 그들은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학생들의 시위에 이들 3총사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마법 세계 전체가 웅성웅성했다. 시위 현장에서 해리는 마법 지팡이를 목에 대어 산 넘고 강 건너 먼 곳까지 들리도록 우렁찬 연설을 했다.

"여러분, 여러분이 훌륭한 마법사가 되면 마법 세계 전체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어째서 여러분에게만 대라고 하는 겁니까? 학교, 마법부, 우리 사회 전체가 그 책임을 함께 분담해야 하는 겁니다! 어째서 학생과 학부모만 빚쟁이로 만드는 겁니까?"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지팡이 끝에서 불꽃을 피워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고 부엉이들이 퍼득퍼득 날아다녔다. 마법사, 마녀, 그들의 머글 부모들까지 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법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반값 등록금 실시하라!"

# 2.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등록금넷, 참여연대 기획/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집필

이 책, 촛불 시위에 참석하는 대학생은 물론 그 시위를 보며 이러니 저러니 하는 모든 시민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제목 그대로 '미쳤다'고 밖에는 할 말 없는 한국의 대학 현실을 아주 일부만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만 봐도 그 현실이 얼마나 복마전 같은지 할 말을 잃는다.

한국이 어째서 '등록금 세계 2위'라는 랭킹에 오르게 되었나? 어째서 1천만원이라는 등록금이 당연한 듯 고지서에 찍혀 나오게 되었나? 결국 모든 문제는 교육에 대한 철학 없음에서 출발했다. 교육이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권리인가, 아니면 돈 내고 낸 만큼 가져가는 상품인가 하는 차이다.

그러나 교육의 결과로 형성된 인재가 국가, 사회, 기업 모두에게 두루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교육은 공공재이며 결코 상품이 될 수 없다. 어째서 학생과 학부모만 이 교육의 비용을 전담해야 하는가? 결국 문제의 핵심은 결국 정부가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대학들에게 '자율'이라는 미명으로 '이윤 창출'의 권리를 준 데서 시작되었다. '자율'은 오로지 등록금 인상의 자율로 축소됐다. 심지어 우리보다 등록금이 비싼 미국마저도 학생들의 1/3은 무상 장학금을 받고 있으며 전체 학생의 2/3은 주립대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장학금 경쟁률은 1/100이며 사립대 재학생이 전체 학생의 8/10이다. 이렇게 보면 등록금 세계 1위는 사실상 한국 차지다. 전혀 영광이지 않지만 말이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학 교육에서 정부의 몫이 크거나 키우는 중이다. OECD 국가 평균적으로 대학 교육은 정부 지원과 민간 부담이 2:1이고 민간 부담이 큰 미국도 1:2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1:3을 넘는다. 정부가 자신의 할 일을 대학에 미루고, 그 대가로 사학 법인의 권한만 늘려준 것이다.

그랬더니 이들 사학 법인들은 살인 면허, 아니 학생 돈 제멋대로 굴리기 면허라도 받은 듯하다. 2008년 기준으로 사학 법인들이 보유한 땅이 여의도 전체 면적의 20배인데, 그 구입비의 거의 90%를 법인 회계가 아닌 학교 회계에서 충당했다. 즉 학생들은 제가 졸업할 때까지 한 푼 수익도 구경할 수 없는 땅을 등록금을 털어 법인에게 사준 셈이다. 게다가 정당한 근거도 없이 쌓아올린 사립대 적립금은 2010년에 거의 10조원에 이르는데, 정부는 이런 사학 법인에 대한 감사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정부 여당은 국립대조차 법인을 만들어 등록금을 맘껏 올릴 권한을 주겠다고 한다. 지금 시끄러운 '서울대 법인화'가 그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떼우고 알바를 두세 개씩 뛰어 학교 재산을 충분히 불려준 후 빚쟁이가 되어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과장이 아니란 점이 기가 막히다. 드디어 참다 못한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과거 자기들이 꺼낸 정책이면서도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안다. 현재 국공립대와 사립대 전체의 연간 등록금 규모가 12조원 정도이고 학자금 지원 등을 빼면 10조 정도다. 부자 감세 철회하고(세수 연간 16조 증대) 4대강 사업 중단하고 무분별한 토건 사업을 조정하기만 해도 (세출 연간 10조 절감), 그리고 대학별로 무분별하게 쌓아둔 적립금을 풀고 놀고 있는 땅을 팔아 그 돈으로 은행 이자만 받아도, 반값 등록금을 넘어 '무상 교육'도 가능하다. 그걸 모르는 이들은 무슨 '주문에 씌운 듯한' 정부와 여당 뿐이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국민 소득이 1만불 전후인 1960년대에 대학 무상교육을 도입했다.(등록금을 받는 곳도 있으나 1년에 1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국민 소득이 2만 5천불을 넘어선 한국은 언제까지 '시기상조'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있을 것인가? 한국 현실에서 반값 등록금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그건 사실이며 또한 도덕이다. G20을 개최한 나라의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로 수천 만원 빚을 납덩이처럼 짊어진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촛불 시위를 통해 이미 구체화되었지만, 이 책의 대안은 첫째, 정부 지원을 OECD 평균인 GDP의 1.1%까지 늘려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만들자는 것, 둘째, 등록금 상한선을 만들어 현재의 고등록금 체제를 저등록금 체제로 바꾸자는 것, 끝으로 장차 무상 교육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무상 교육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된다. 등록금이 싸지면 너무 많은 학생이 대학에 몰려 국가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반론도 있지만, 그 주장은 이미 고등학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 교육이 의무화 되다시피 한 현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마법사의 세계든 '머글'의 세계든, 시민이 싸우지 않는데 권력자들이 알아서 복지를 베풀어준 적은 없었다. 그런데 행동은 뜨거운 분노와 냉정한 논리가 모래와 시멘트처럼 뭉쳐야 단단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필자의 사정으로 칼럼은 2주에 한 차례씩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