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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998년에 서울대에 입학하였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시에는 1996-7년 총파업의 여파가 살라있고, 동아시아 공황이 발발하여 결국 IMF 금융구제를 받아야 하는 경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반면 거의 처음으로 겪어보는 본격적인 공황과 정권교체 등의 여파로 좌파세력이 공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이러저러한 여파가 있어서인지 98년에는 새내기들이 집회에 많이 참여했고, 총학생회는 "경쟁을 넘어서 연대의 원리로" 42대 총학생회였습니다. 저도 선배들을 따라 집회에 여기저기 많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는 학기초가 되면 술을 많이 마셨는데, 당시는 핸드폰이 일반화되지 않은 시절이라 술약속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는 지금은 그날 텃밭이 있는 서점바깥쪽 알림판에 소속과 장소를 적어두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서점이 자연히 모든 사람이 약속을 하고, 사람들이 어디서 모임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교류의 공간으로 역할을 하였습니다. 덕분에 별 약속이 없다가도 그날 알림판에 적힌 모임을 살펴 보고 아는 사람들 모임이 있으면 찾아가서 술을 같이 마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책은 대학시절부터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사두었는데, 새책의 상당수는 그날에서 사보았습니다.(사실 제가 가진 책의 상당수는 헌책방에서 산 것들이 많습니다. 녹두거리에서 여전한 곳은 그날 서점과 맞은 편에 있는 책상은 책상이다 헌책방인 것 같습니다.)
새내기 때, 그날이 오면 서점 간판을 보고, 선배들에게 질문한 게 생각이 납니다. 이 질문은 많은 새내기들이 했음직한 질문인데, 그날이 오면의 "ㄱ"이 왜 거꾸로 되어 있냐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도 10여년이 지났고, 서점에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데도, 정작 그 답을 모르고 있습니다. 사장님, 이것을 한번 퀴즈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튼 그날의 전성시절은 제 대학시절과 겹치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내던 "그날에서 책읽기"가 나왔을 때, 한창 녹두거리를 휘젔고 다녔고, 2층에 문화공간을 열었을 때는 세미나나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는 후원회원으로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창원에서 한 4년정도 내려가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근래에 그날과 멀어졌죠. 그러나 지역에 있다보니 사회과학서점인 그날의 소중함을 더욱 알 수 있었습니다.
서점과 이런 질긴 인연을 가지고 가기도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글을 쓸 수 있는 게시판까지 하나 주셨으니, 이거 독박쓴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가족 식사하는 데 끼어 육개장까지 얻어먹었으니, 완전히 잡혔습니다. 이런 좋은 인연을 더욱 키워가기 위해 노력해가야겠지요..
저에 대한 소개나 앞으로 이 게시판을 어떻게 꾸며 갈 지는 다시 글을 올리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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