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닌데, [그날] 홈페이지에 서평 게시판을 받고 나서는 더욱 글쓰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각설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이번에 소개할 책은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양철북)라는 책이다.

1.

레이첼 카슨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 된다. 사실 레이첼 카슨보다 그녀의 주장이 더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유해화학물질의 유기체내 축적에 대해서 배운다. 그리고 먹이사슬이 올라갈수록 체내 축적농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과학적 내용에 기반하여, DDT 등 인간에 치명적인 농약, 살충제 살포의 위험성을 최초로 대중에게 폭로한 사람이 바로 레이첼 카슨이다. 레이첼 카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코리브르)을 1962년 출간하였다. 레이첼 카슨의 이 책은 현대 환경운동의 효시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이 책은 환경오염의 재앙을 묘사하기 위해 모든 것이 사라진 “죽은 듯 고요한 봄”이라는 우화로 시작한다.

그녀의 이 책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미국의 화학산업과의 일전을 야기하였으며 결국 미의회 청문회까지 열리게 되었다. 이러한 레이첼 카슨의 업적이 인정되어 “타임”지에서는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명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에도 불구하고 간과되고 있는 것은, 레이첼 카슨이 바로 “좌파 여성 지식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과학자이자 자연주의자로서 자연과 사회가 맺는 관계에 대해서 이해하였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힘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비판하고자 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그녀는 생태악화의 주요 원인을 “이윤과 생산이라는 신들”이라고 하였고, “산업이 지배하는 시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 권리이며, 이런 권리가 비난받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환경과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보았다.(레이첼 카슨의 업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존 벨라미 포스터의 “레이첼 카슨의 생태적 비판”(「생태혁명」(인간사랑)이라는 책에 수록)이라는 글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2.

앞서 레이첼 카슨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였지만, 빠트린 가장 중요한 그녀의 약력은 그녀가 바로 해양학자라는 것이다. 1907년 펜실베니아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난 그녀는, 처음에는 펜실베니아 여자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곧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여성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던 당시,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석사학위를 수여받았다. 그 후 카슨은 우즈홀해양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볼티모어 선]지에 기고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정부기관인 수산청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단순 사무직이 아닌 자리에 고용된 최초의 여성이었다. 몇 년 후 [애틀랜틱먼슬리]라는 곳에 기고하면서, 과학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활동에까지 나서게 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책을 1951년 출간하였다. 그리고 1961년 개정판을 냈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 외에도 해양학자로서 1941년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 Wind)」와 1955년 「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를 출간하였다. 이 세책은 바다 삼부작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이 중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86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책이다.

3.

앞에서 그녀의 약력을 소개한 것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책이 지는 매력을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과학적 사실을 매우 수려한 문체로 설명하는 그녀의 글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러한 그녀의 글이 지는 특징은 그녀가 문학을 공부하였고, 지속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해왔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물론 번역서를 보는 입장에서는 그녀의 수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역자의 능력 역시 칭찬해야만 할 것이다.)

그녀의 글을 보다보면 정말 한 편의 문학작품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가령 대서양 한가운데 바다의 사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르가소해”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르가소해는 “바람이 불지 않는 장소이자, 그곳을 에워싸고 있는 강한 해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이다.(56쪽) 그러나 이곳 바다에도 생명이 숨쉬고 있는데, 사르가소 해 바깥에서 조금씩 유입된 모자반에 의해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사르가소 해라는 이름 자체가 바로 이 모자반의 학명 ‘sargassum’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예전에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은 이런 거대한 모자반 군락이 바다위를 떠다니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카슨은 이 사르가소 해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은 글을 마무리한다.

“현재와 같이 엄청난 양의 해조(파는 그 양을 약 1000톤으로 추정한다)가 모이는 데에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넓은 면적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사르가소 해는 대부분 텅 빈 바다처럼 보인다. 해조가 산더미같이 얽혀 있다가 지나가는 배를 휘감는 일은 뱃사람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이며, 달라붙은 해조에 휩싸여 영원히 배회하는 음침한 유령선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한 것이 없는 유령 이야기일 뿐이다.”

‘일 년 중 바다의 변화’라는 절에서도 이러한 문학적 묘사는 두드러진다. 카슨은 바다의 겨울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생명과 희망이 전혀 없는 듯 한 겨울 바다의 절망적인 모습도 착각이다. 순환이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으며, 그 속에 부활의 수단이 담겨 있다는 확증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얼음같이 차가운 겨울 바다의 물에 바로 새로운 봄에 대한 약속이 담겨있다. 차가워진 물은 몇 달 전에 무거워져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봄의 드라마에서 제 1막을 장식하는 물의 역전을 촉진시켰기 때문이다. 바닥의 암석에 달라붙어 있는 작은 식물 비슷한 존재들, 봄이 되면 거기서 새로운 해파리 세대가 싹을 터 표층수로 솟아오를 거의 아무 형체도 없는 폴립에도 새 생명의 약속이 담겨 있다. 폭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작은 몸 속에서 여분의 지방으로 겨울 동안 생명을 유지하면서 바닥에서 휴면하고 있는 요각류의 활기 없는 형체에도 무의식적인 목적이 있다.”(69쪽)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라는 절이 마지막 절인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옛 사람들이 생각한 바다에 대한 개념은 더 넓은 의미에서 여전히 우리 주위에 남아 있다. 바다는 우리 모두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육지 간의 무역은 반드시 바다를 건너야만 가능하다. 육지 위로 부는 바람조차도 그 넓은 바다 위에서 자라났고,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대륙 자체도 침식으로 해체되어 알갱이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바다에서 솟아오른 비는 강물을 통해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신비스러운 과거에 바다는 모든 생명의 희미한 기원을 포함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많은 변환 끝에 같은 생명의 죽은 껍질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처럼 결국에는 바다, 즉 대양의 강인 오케아노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4.

이 책을 두드러지게 해주는 것은 바로 레이첼 카슨의 아름다운 문체이지만, 이 책이 과학서로서 가지는 장점 역시 작지 않다. 그녀는 1950년대의 지식을 가지고, 바다에 대한 많은 내용을 설명해간다. 해저의 구조, 조석의 원리와 영향, 해류의 흐름과 그 영향, 바다의 계절적 변화, 섬의 탄생, 지구온도조절장차로서의 바다 등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꾸준히 누적적으로 변화하는 과학지식의 발전에 비추어보면, 1950년대에 나온 이 책은 오래 전에 낡은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대륙이동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판구조론은 카슨의 사후에 나왔으며, 달의 생성에 대한 이론 역시 새롭게 규명되었다.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도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빛을 발하는 것은 카슨이 보여주는 바다에 대한, 자연에 대한 애정어린 눈길이며, 이것과 당대의 제한된 과학적 지식이 결합되어 나오는 그녀의 뛰어난 과학적 통찰일 것이다.

5.

그녀의 생태위기에 대한 관심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갑작스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 책,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그녀의 관심이 지속적인 것이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녀는 1961년 개정판의 서문에서 핵폐기물의 해양투기에 대해서 매우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는 “바다를 변화시키고 오염시키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순진한 믿음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하면서, 핵분열의 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끔직한 문제에 우리가 직면하였음을 토로한다. 또한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안전성의 문제, 방사능물질의 해양생물 체내의 농축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그녀는 경고한다, “폐기물 처리는 우리의 지식으로 그 타당성이 입증되기도 전에 아주 급속히 이루어졌다. 먼저 처리하고 나서 나중에 연구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닷속에 일단 버린 방사성 원소는 회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저지른 잘못은 원히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되고 만다”고. 일본 원전의 폭발과 원자로 용융, 이로 인한 방사능누출사고를 바로 얼마전 겪은 우리로서, 그리고 이러한 핵발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르네상스로 일매진하는 원전마피아들을 보면서, 레이첼 카슨의 경고가 얼마나 심대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카슨은 이러한 생태위기를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명이 처음 태어난 바다가 그러한 생명 중 한 종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기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비록 나쁜 방향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자체이다.”

이러한 카슨의 평가는 정확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생태위기를 지구 자체의 위기, 자연 자체의 위기로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머니 지구가 위협받고 있고 파괴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지구 자체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이전과는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고 이러한 변화는 45억년의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생명 중 한 종인 인간이 지구에 가한 작용이 인간과 다른 생명이 수천만년동안 살아오고 발전해온 조건을 변화시킨 결과, 인간과 다른 생명이 이로 인해 생존의 위협에 처해있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즉 생태위기는 인간이 야기시킨 위기이며, 그 결과 인간이 스스로의 존립을 위협받게 된 위기이다. 따라서 바다는 변화해도 계속 존재하지만, 위험에 빠지는 것은 생명 자체인 것이다.(이러한 접근에 대해서는 제 글, “생태위기의 주범인 자본주의”를 읽어보길 바랍니다.)

이러한 카슨의 인식은 여전히 옳고 경청해야할 견해라고 할 수 있다.

6.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그렇게 무거운 과학서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시간이 있을 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좋은 책으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춘 책이라는 것이다. 가을이 가기 전, 시원한 바람과 햇볕을 가려주는 그늘이 있는 곳에서 이 책과 함께 책읽는 재미를 누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