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앞 유일한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오면>
김동운 대표, “단순한 서점을 넘어 더 큰 광장으로 자리매김 노력”
장경욱 후원회장, “인문사회과학 책읽기 문화의 부활 통해 시대정신 공유”
서울대 앞에서 출발해 대학동 녹두거리 중간 지점에 아주 특별한 서점이 있다. 늘 초청강연회 현수막과 서평대회 포스터, 공지사항게시판 등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그날이오면>이 바로 그 서점이다.
<그날이오면>이 특별한 이유는 취업준비에 내몰린 대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여파로 사회과학서점이 하나 둘씩 사라졌으나 <그날이오면>만 고집스럽게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으로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에 서점을 인수받아 적자운영까지 감수하며 <그날이오면>을 20년 넘게 지켜내고 있는 김동운 대표는 서울대 졸업생들이나 재학생들에게 인문사회과학서점의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지난 80~90년대 중반까지 풍미했던 사회과학전문서점이 적자운영에 굴복해 하나 둘씩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김동운 대표가 굳건하게 <그날이오면> 서점을 유지한 결과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절망감을 딛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김 대표가 인문사회과학서점의 명맥을 이어나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노력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날이오면> 서점을 살리기 위한 수많은 관심과 격려가 쏟아지고 서울대 졸업생을 비롯해 재학생,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후원회’가 발족하게 된 것이다.
인문사회과학 책읽기 확산
시대정신 공유 초청강연회
지난 2006년 9월 26일 ‘그날이오면 후원회’가 발족되면서 <그날이오면>은 새로운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울대 졸업생 출신이자 관악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장경욱 후원회장은 “후원회는 <그날이오면>서점과 함께 벼랑에 내몰린 인문사회과학 책읽기 문화의 부활을 통해 시대정신을 나누고, 실천적 지성을 되살려 나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할 것”이라며, “후원회원들의 후원은 <그날이오면>서점의 무한한 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후원회 설립 취지를 밝혔다.
김동운 대표 역시 “<그날이오면>서점이 단순한 서점을 넘어 더 큰 광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후원회와 함께 인문사회과학 책읽기 문화 부활과 시대정신을 나누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후원회가 발족되고 다음해인 지난 2007년부터 대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문사회과학을 읽고 비평이나 평론을 쓰는 ‘서평대회’가 지난해까지 매년 10월경에 개최돼 제6회까지 지역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제7회 서평대회는 내년 봄에 개최될 예정이다. 서평대회의 심사위원장은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이며, 서평대회의 재원은 그날이오면 후원회 부회장인 이범 교육평론가가 맡아주고 있다. 그동안 서평대회 수상자를 비롯해 참가자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곳에서 나름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날이오면>서점은 시대정신을 나누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부터 신영복, 김진숙, 박노자, 박원순, 조국 등 인지도 높은 저자 초청강연을 매년 2회씩 서울대에서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 80년대 서울대학교를 다녔던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발족된 후원회는 매달 CMS를 통해 후원금을 후원하고 있으며 200명 정도가 후원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인터넷그날’ 운영
김동운 대표는 인터넷서점이 오프라인서점을 잠식할 정도로 이용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프라인서점만 고집해왔으나 김동운 대표의 부인이자 공동대표이기도 한 유정희씨가 설득해 지난 2011년 1월 ‘인터넷그날’(gnal.co.kr) 운영을 시작했다.
<그날이오면> 인터넷서점은 판매 이윤 중에서 3%를 양심수들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해 감옥에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양심수에게 매년 책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그날’ 개통 1주년을 맞아 지난 2012년 2월부터 책과 시사현안을 주제로 한 인터넷방송을 서울대 학생들이 주축을 이룬 그날이오면학회 회원들이 제작에 참여한 가운데 주1회씩 총 8회를 방송했다.
김동운 대표는 “책을 매개로 시사 현안을 다루면서 깊고 폭넓은 현실 인식과 해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책을 주제로 한 대담이나 시사현안 토론,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신문고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날이오면>은 지난 1997년부터 4년 동안 매달 펴냈던 서평지 <그날에서 책읽기>를 인터넷으로 복간하고, 환경독서모임, 장애인독서모임, 경제역사독서모임 등을 조직해 운영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방식도 도입돼 인터넷서점 이용회원에게 판매 이윤의 7%를 적립해주는 것은 물론 ‘책읽기 회원’을 모집해 매달 1만원 이상을 회비로 납부하면 납부금액의 10%를 적립해주는 선불제 방식이 운영되고 있고 호응이 좋다. 현재 50명 정도가 가입해있는데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많은 이용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대학동에 소재한 <그날이오면>서점은 주 이용고객인 서울대 학생들과 지역사회 주민들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1학년 학생들의 시흥시 이전문제가 서울대 총학생회는 물론 고시촌 주민들에게도 지역현안으로 떠오르자 <그날이오면>에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복열 기자
재창간 제2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