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미래로 떠나는 여행

High Tide – News from a warming world (by Mark Lynas)

[책 요약 서평]

다수의 사람들이 현재의 편리함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면,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은 저자 마크 라이너스가 지구온난화 최전선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은 책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섬이 사라지는 나라 투발루, 줄어든 눈 대비 늘어나는 폭우로 홍수 문제를 겪는 영국, 영구 동토층이 녹음으로 생태계가 위협받는 알래스카, 더 말라가는 환경으로 강력한 황사를 겪는 중국 내륙, 점차 강해지고 있는 열대성폭풍의 미국 대서양 연안, 적도이자 고산지대이기에 빙하의 변화가 쉽게 관측되는 칠레.

이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며, 그 속도는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눈과 귀를 통해 주장 되는 바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직접 겪고 있는 당사자들조차 그들의 경제적 문제 혹은 편리함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전 세게 대다수 사람들은 현재의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의식하지 않는다.

2000년 초반,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기후협약에 대한 반대 입장, 그리고 최대 에네지 소비집단인, 미국인들의 의식은 이런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어떠한 정책이나 입장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듯이, 환경단체를 비롯한 소수의 사람들의 반대가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다수의 의식이지 않을까? 저자 또한 이런 다수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지구 온난화 최전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현재 지구에 사는 모든 젊은 세대의 삶에 민감한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1장. 태평양의 실낙원 – 투발루]

  남태평양에 위치한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1년에 불과 몇 밀리미터 정도였으나 이제는 급속도로 상승하는 세계의 기온으로 가속이 붙기 시작해, 섬의 육지를 앗아가고 있다. 짠물의 침범으로 풀라카 밭이 망가져 주식 작물이 사치품이 되어버렸고 많은 사람들은 수입 식량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이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투발루 주민들은 서서히 피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를 믿게 된 기독인 투발루인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신이 지켜주리라는 기복신앙에 너무 취해있기 때문이다. 가자미와 뱀장어의 토템을 경외하며 믿어왔던 투발루인들이 기독교로 개종된 지금, 다시 자연이 몰고 오는 공포는 태고의 신앙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추가적으로, 급격한 지구온난화의 오염원을 배출한 지역은 산업화된 선진국이지만, 이로 인한 비용을 가장 크게 지불하는 곳은 그 오염원과 상관이 가장 적은 남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이다. 환경문제 또한 약자가 가장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성격일 것 같다.

[2장. 영국에도 우기가]

기상 연구소(Climate Research Unit)의 기후학자 팀 오스본(Tim Osborn)박사가 발견한 사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영국의 겨울 호우가 극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1960년대는 겨울비의 중 7~8% 정도가 호우였던 것이 1990년대 중반에는 약 15%로 늘어났다. 이는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기온과 수증기를 품을 수 있는 대기의 용량 사이의 관계는 선형적이 아니라,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분을 함유할 수도 있다. 덧붙여 5일 단위의 장기호우 사례의 빈도 또한 증가해왔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홍수가 훨씬 잦아진 반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지난 12년 겨울 동안에만 네 번의 큰 홍수가 있었다.

한편 영국의 기후영향프로그램(Climate Impacts Programme)은 인류의 행동이라는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고배출 시나리오와 저배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고배출 시나리오를 따르면 21세기 동안 잉글랜드 남부의 기온 상승은 섭씨 5도이며, 겨울 강수량이 3분의 1 증가하고, 집중호우는 두 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저배출 시나리오의 경우, 잉글랜드 남부의 기온 상승은 섭씨 1도이며, 겨울 강수량은 20분의 1정도만 상승할 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차로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도시 외곽으로 쇼핑하기 위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보험사인 RAC가 운전자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 의 응답자가 자가용 없는 생활방식에 적응하려면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과연 얼마나 지구온난화의 변화를 직접 느끼게 되면 대한 이런 인식이나 행동이 변화되는 걸까?

[3장. 익고있는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는 상당 부분이 영구동토층이었다. 그것이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녹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집이 꺼지고, 도로가 내려앉고, 땅에 난 커다란 구멍에 건물 전체가 빠져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알래스카 대학 페어뱅크스 캠퍼스의 건터 웰러(Gunter Weller)는 알래스카 겨울 기온이 평균 6도 정도 올랐고, 페어뱅크스의 여름 최고 기온은 25도를 넘었다고 한다. 강물이 녹는 첫 봄날이 1920년대에 비해 일주일이 빨라졌다고 한다. 건터 웰러의 이에 대한 답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 한다. 고위도 지역의 온실효과는 양성 피드백에 의해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즉, 일단 눈과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지구표면의 반사력이 감소하여 태양열이 더 잘 흡수된다는 것이다.

전나무갑추유의 창궐, 영구동토층 용해로 인한 숲/건물/해안선의 파괴, 바다얼음의 유실 같은 현상은 알래스카 주민들과 야생동물과 자연유산에게는 커다란 재앙이다. 이런 현상은 석유 연소 작용을 통한 온실가스 유출과 부분적인 인과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20년 동안 석유추출은 알래스카 산업을 주도해왔으며, 알래스카 사람들의 주 수입의 80%는 석유시추 기업들이 내는 로열티에서 비롯되기에 아무도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삶의 터전이 파괴되더라도 경제적인 이해 관계에 기울게 되는 인간의 모습은 아마도 환경문제,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부딪히는 큰 핵심일 것이다.

[4장. 중국을 붉게 물들이는 황사]

중국 내륙에서 발생하는 가뭄은 엄청난 모래 폭풍으로 중국을 뒤덮고 멀리는 한국, 일본, 미국의 캘리포나아까지 영향을 준다.

이런 가문의 중요한 요인은 ‘열’이다. 대륙 내부의 열이 올라감에 따라 식물과 땅 표면에서 수분이 더 많이 증발하게 되면 가뭄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온이 올라가면 총 강수량이 변하지 않아도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 호주에서 2002년에 일어난 극심한 가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기온이 치솟으면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자 강수량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북부는 1990년대는 이전 6세기 동안의 그 어느 때보다 더웠으며, 1950년대 이후로 기온은 섭씨 1.5도나 치솟았다. 이렇게 기온이 높아지면서 토양이 말라버리자 광대한 지역이 사막으로 변해버렸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던 땅에서 내몰리게 되었다.

가뭄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대기 자체다. 가뭄을 일으키는 과정은 비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정반대다. 공기가 상승하면 그 속의 수분이 구름으로 응축되었다가 비가 만들어지는데 반해, 공기가 가라앉으면 구름의 생성이 방해되고 비가 멈춰버리게 된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어, 어떤 곳에서 비가 심하게 내린다면 그만큼 다른 곳에서는 비가 줄어들게 된다.

최근에는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에 미국 남부에서부터 중앙아시아 및 서남아시아에 걸쳐 일어난 주요한 가뭄이 인도양의 기온 상승과 연관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제기된 바 있다. 원리는 해수면이 따뜻해지면서 열대지방에는 비가 더 많이 내리게 되고, 중위도 지역에서는 대기가 내려앉으면서 가뭄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국 북부의 강수량은 지난 반 세기에 걸쳐서 비가 온 날의 수와 총 강수량이 모두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황사현상을 동반하는 가뭄은 바다 건너까지 영향을 주며, 한반도를 향해 보내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불쾌한 신호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5장. 미국의 허리케인]

프린스턴에 있는 지구 물리유체역학연구소(Geophysical Fluid Dynamics Laboratory)의 기후모델링 선임연구원인 톰 넛슨(Tom Knutson)은 지구 전체의 기후 시뮬레이션 속에 보다 정밀한 지역별 허리케인 모델을 만들어 넣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산화탄소 비중이 높은 기후에서는 폭풍이 더 거세진다는 것이었다. 이 모델은 열대 해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수록 폭풍의 힘도 강해진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풍속이 높아짐에 따라 거듭제곱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 수십 년 진행되어왔을 경우 그 영향이 진작에 관찰되었을 것이다. 이는 지난 50여년 동안 지구의 해수면은 1도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열대성 폭풍의 영향권이 있는 연안 해수면의 온도는 지구 표준만큼 올라가지 않았으며, 믿을만한 기록이 시행된 이후로 그 지역 해수면의 기온 상승은 대체로 0.5도 이하였기에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심화된다면 상황은 달라지며 강력해진 열대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증가할 것이다.

한편 넛슨의 모델에 따르면, 폭풍의 강도와 풍속이 5~10%만 올라가도 폭우는 1/3정도 까지 늘어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대기가 수분을 더 많이 함유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해수면 온도가 지금보다 훨씬 증가한다면, 사람들은 초대형이자 아주 강력한 열대성저기압인 허리케인, 싸이클론, 태풍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은 기상예보를 통해 열대성저기압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알면서도 피해를 예방할 수 없다면, 자연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할 것 같다.

[6장. 페루의 녹는점은 몇 도일까?]

페루의 빙하들은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곳 빙하들이 위치상 일년 내내 녹고 있기 때문이다. 페루는 적도와 상당히 가까워서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별로 없으며, 따라서 온대지역과 달리 기온 상승이 일년 내내 영향을 끼침으로써 파급효과가 두 배에 이르게 된다.

코르디예라블랑카 일대에서는 빠른 속도의 빙하퇴각이 측정되어 왔다. 1970년과 1997년 사이, 빙하 표면적의 15%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총 111제곱킬로미터이다. 빙하의 감소율은 페루의 다른 산맥들에서도 똑같이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었다. 그런 산맥들 가운데 상당수는 코르디에라블랑카에 비해 기반이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율로 얼음이 사라지게 되었다. 더 작은 산맥들 가운데 셋은 전체 빙하의 거의 절반을 잃었으며, 동쪽에 있는 여러 코르디에라산맥들은 약 1/3을 잃었다.

모든 빙하는 평형선 고도(equilibrium-line altitude)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일종의 균형선(line of balance)으로, 그 선보다 위로 올라가면 새로 내려 쌓이는 눈이 녹는 비율을 초과하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빙하가 증발하거나 흐르는 물로 변해버리고 마는 선을 말한다. 쉽게 말해 그것은 빙하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경계선인 것이다. 최근의 한 추정치에 따르면 1960~1998년에 전세계의 평형선 고도가 200m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빙하는 단순히 지구 온난화의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민물의 중요한 원천이다. 이런 녹아 없어지는 빙하는 태양 빛의 반사율을 낮춰 지구의 온도를 더 올리는 역할도 하겠지만, 대지의 젖줄이 상실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같은 자연이 한없이 공급할 줄만 알았던 강물이 사라지는 일, 이 또한 사람들의 인식과 의지에 달려 있다.